푸드talk

푸드talk에서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굿푸드 만의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어디가면 좋은 음식을 만날 수 있을까?

김기석
2022-10-24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은 음식인가?”고 물으면 사람 숫자만큼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 엄마가 만든 음식, 배고플 때 먹은 음식, 영양소를 고루 배분해서 만든 음식 등” 음식에 대해서는 모두 주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음식에 관한한 각자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30년 넘게 ‘요리사’로 살아온 내가 ‘좋은 음식’을 찾기 위한 여정은 대략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대학 졸업 후 요리를 배우려고 무작정 중국집 주방에서 일을 시작한 때이다. 하루 14시간씩 고된 노동의 대부분은 설거지, 청소 같은 일을 하면서 주방장이 하는 요리를 ‘어깨 너머’로 보면서 탕수육, 깐풍기 등의 요리를 배웠다.

두번째 단계는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해 식품학 강의를 들으며 식재료의 특성을 배우면서 부터이다. 중식당에서 만드는 튀김 요리들을 더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달걀을 사용하는 것은 달걀 흰자의 거품이 단백질 성분이고 열에 응고하는 성분을 지녔다는 지식은 “여태껏 하던 대로 주물러서 튀겨”에서 식품 과학 세계로의 입문이었다.

세번째는 음식을 좀더 철학적으로 보게 된 시기이다. 중국의 역대 왕조의 가장 중요한 통치 철학은 ‘왕이 된 자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삼는다_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임에 역대 임금은 백성들의 먹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농사에 힘써왔다. 맹자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서 입에 달고 맛있는 음식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함을 말했다. 청대(淸 代)의 문인 원매는 좋은 음식에 대한 생각, 미식의 세계를 담은 요리 철학서 수원식단(隨園食單)을 저술했다. 수원식단은 원매 선생이 40세부터 70세까지 경험한 미식 세계를 모든 책이다. 요리를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요리사가 알아야 할 것들, 요리사가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구체적이고 세세히 알려준다.

음식은 누군가의 깊은 고뇌 속에 계획되고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런 음식을 매일 먹는다.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는 <왜 맛있을까? _ 원제: Gastrophysic>에서 ‘사람이 맛을 느끼는 데는 냄새와 색깔, 소리 등이 감각기관으로 전해져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육체적_정신적 건강, 행복감과 안정감 그리고 삶의 목표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했다. 

현대 과학은 음식의 맛을 여러 감각 기관에서 느끼는 것들을 뇌가 총체적으로 관장한다고 설명한다. 감각 기관으로 느끼는 맛 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는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판단하는데, 모든 과정과 상황이 좋았다면 그 음식이 좋은 음식이었노라고 기억의 저장고에 쌓아 둔다. 


<이 포스트는 배화여대 신계숙 교수가 'BBC굿푸드 5호 HEALTHY'에 기고한 “좋은 음식,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를 축약한 내용입니다>